집으로 돌아오는 재운의 차 유리창엔 여전히 봄 비가 주르륵 주르륵 내리고 있다. ‘그날, 비오던 그 토요일 밤에 그곳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호석이 형을 만났을때, 호석이 형 말을 듣지 않은게 자꾸만 후회스럽네… 지나는 지금 어디 있을까. 잘 있겠지… 하고싶은게 참 많았는데…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았는데…’ 엊그제 까지만해도 지나와 손을 꼭 맞잡고 함께 걸어갈 꿈을 꾸고 있었던것 같은데, 왜 이런 일에 휘말리게 된걸까. 재운은 자신이 이런 상황을 맞이한게 슬프다. 후회 한 들 아무 소용도 없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꾸던 꿈과 자꾸만 멀어져가는 현실이 슬퍼서, 그래서 자꾸만 후회가 밀려온다.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르겠네… 너까지 이런 일에 휘말일 필요는 없으니까… 너라도 잘 ..
불이 꺼저있는 재운의 집. 둘라는 재운의 방에서 잠을 자고 있다. 그런데 둘라가 순간 고개를 휙 돌리며 현관문을 주시하더니 재운의 방에서 달려나간다. ‘멍! 멍! 멍!’ 재운의 발자국 소리를 들은 것이다. 저만치 계단밑에서 발자국 소리가 다가온다. 둘라는 이 발자국 소리의 주인공이 재운임을 알고 있기에 손살같이 달려나와 집으로 돌아온 재운이 반가움에 꼬랑지를 흔들며 현관 앞에서 어쩔줄 몰라한다. 언제나처럼 재운을 가장 먼저 반겨주는 둘라. 언제나처럼 자신이 집으로 돌아온 것을 반겨주는 둘라… 어느새 현관 앞에 다다른 재운의 발자국소리는, 현관 앞에서 꼬랑지를 흔들며 빨리 들어오라고 늑대와 같이 울부짖는 둘라를 재운이 진정시키듯 말한다. “둘라야 이제 조용히 해야지! 그러다 쫓겨나 너!” 늦은 시간, 다른..
비가 주륵주륵 오고있는데, 재운은 오늘도 산엘 올라 기도를 하고 내려온다. 한 손엔 우산을 들고, 몸은 땀과 빗방울이 뒤섞여 흠뻑 젖어있다. 주르륵 주르륵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세상마저 투명하고 맑게 만들어주는 느낌이다. 겨울의 차가운 밤공기를 좋아하면서도 겨울의 새하얀 눈은 그토록 싫어하는 재운. 그런데 비는 참 좋아하는 재운이다. 비가 들려주는 이 소리 때문이다. 산에서 내려와 넓은 논밭을 지나서 어느새 아파트들과 상가들이 길게 뻗어있는 도로를 지나는데 전화가 걸려온다. 따르릉. 따르릉. 재운: 여보세요? 끼익! 순간 골목안 주차장에서 나오던 차가 재운을 칠뻔했다. 하지만 재운은 크게 인상을 쓰지않고, 그저 가던길을 간다. 호랑이: 사장님! 저 호랑이예요! 재운: 네. 회장님… 재운이 굉장히 반갑게..
제4화. 카페 꿈. 재운의 방엔 바닥에 이부자리와 전기장판이 켜져있고 그 앞엔 좌식 책상과 노트북이 켜져있다. 재운은 일이 없는 날이나 집에 있을수 있는 날이면 언제나 두꺼운 이불로 어깨를 감싸고 전기장판에 앉아 시나리오를 쓰곤한다. “어머니: 재운아 오늘은 집에 있을거지?” “재운: 어. 오늘은 나가도 일이 없어…” “어머니: 그래 이렇게 추운날은 집에 있어라. 엄만 재단간다. 새벽에 일찍올께.” “재운: 잠깐만…” 재운이 일어서선 어머니를 배웅하려고 방에서 나간다. “재운: 이렇게 추운날엔 엄마도 집에 있지?” “어머니: 가야지…” 재운의 어머니는 이처럼 매일밤 재단엘 가시고 새벽에 돌아오신다. 수야가 재운에게 이제 이 재단을 떠나라 한 후 부터 사실 어머니는 재운 때문에 많이 속상해 하셨고 재운을 ..
저벅, 저벅, 저벅. 재운의 발걸음이 보인다. 그의 발걸음은 풀밭의 무성이 자란 풀들을 헤치며 슥삭, 슥삭 소리를 내고, 이른 새벽 물안개가 자욱히 피어올라 주변은 온통 뿌옇다. 무성히 자란 풀들과 오래된 고목나무가 뿌연 물안개에 감춰진 풍경이 마치 오래된 동화속 이야기를 연상케 하고,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까마귀의 울음소리에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몇번씩이나 하늘을 두리번 거리는 그의 표정에서 재운이 몹시 긴장하고 있음을 느낄수 있다. 그의 한걸음 한걸음은 마치 이 무성한 풀밭속에 늪이라도 숨겨져 있어서 발을 잘못 듸디면 빠져버리기라도 할까봐 조심스러워 보인다. 그리고 저많지, 단층으로 지어진 낡고 허름한 오래된 폐교가 보인다. 재운은 이 폐교를 향해 가고있는 것이다. 내키지 않는 표정이지만 무엇인가에 ..
5년전 오늘. 어두 컴컴한 방안. 기다랗게 늘어선 창문이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고, 창문 중간이 조금 열려있다. 날이 몹시 추운 이 겨울에 밤새 창문을 열어 놓았나보다. 추운 겨울인데도 창문을 조금 열고 자서인지 방안은 바깥 날씨 만큼이나 차갑고 방안 벽마저 꽁꽁 얼었다. 그리고 한 쪽 벽면을 길게 채운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 덕분에 방안 실루엣은 더욱 짓게 내려앉아있다. 나무로 짜여진 오랜 세월을 견뎌온 것 같은 창틀은 창문너머에서 들려오는 차가운 바람소리 만큼이나 요란하게 덜그럭 거리고 방안 천장 한쪽 구석엔 빛물이 샌 자국이 선명하다. 이 집이 견뎌온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창틀 앞엔 창문 너비 만큼이나 기다란 책상이 있고, 책상위엔 두 서너권의 책과 경(經)이라 선명하..
제1화. 살자(自殺). 눈이 많이 내린 시골 풍경의 농촌. 날이 춥고 길이 꽁꽁 얼어서인지 인적이 없다. 오래된 기와장지붕에 쌓여있는 눈을 뚫고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을 뿐이다. 재운은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이 한적하고 작은 농촌마을의 원룸에서 살고있다. 재운의 집. 지나가 소파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는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린다. “안와?” 친구에게서 메세지가 왔다. “쫌 만 더 기다려보고.” “전화해. 데릴러 갈께.” "전화할께.” 재운의 집 창가엔 커튼이 없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시골 마을은 어느새 노을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다.벽이 없는 넓은 원룸. 현관문을 가로막고 있는 중문이 보이고 다른 문이라곤 화장실 문 밖에 보이질 않는다.가구라곤 벽 한켠을 채우고 있는 책상 하나, 의자 하나, 소형..
물안개가 자욱한 바닷가. 재운의 앉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는 몹시 분노에 찬 표정으로 흐느끼고 있다. "이 세상 욕으로 너를 표현이나 할 수 있겠냐. 개새끼란 욕은 너무 약하지… 인생이란게 참 슬프구나..." 재운은 실성한 사람처럼 침을 주르륵 흘리며 입술을 꽉 깨문다. 실성을 한 사람마냥 웃음을 지어 보인다. "모든게 너의 장난질이란 사실을 나는 알지. 무릎위에 장기판을 올려놓고 장기를 두 듯, 지 만족을 위해, 지 즐거움을 위해... 우리는 니가 가지고 놀기에 참 적당한 존재들인 거냐. 그래 알겠다..." "그러나 똑똑히 보아라! 내가 너, 곧 아일랜드를 창조한 수야 니가 진정 개새끼임을 증명해 보이리라. 내가 니 라는 개새끼가 진짜 위대한 개새끼임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아일랜드 사람이라.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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